네리 옥스먼(Neri Oxman)은 누구일까요?
네리 옥스먼(Neri Oxman)은 건축가이자 디자이너로 유명한 MIT 미디어 랩의 교수입니다. Mediated Matter research group을 이끌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컴퓨터 공학, 재료공학, 예술, 디자인 등을 융합하여 새로운 구조물 디자인 모델을 제안한다고 합니다.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자연주의적이면서도 이를 인간의 삶에 적용하여 인간 친화적인 디자인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상당히 독창적인 실험을 많이 하고 있으며 생물학, 컴퓨터 공학, 디자인, 건축학을 자유자재로 넘나들고 있습니다. 과학계와 예술계를 융합하는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2015년 TED 강연에서의 발언을 들어보면 네리 옥스먼이 추구하는 철학이 무엇인지 유추할 수 있습니다.
Design at the Intersection of Technology and Biology | Neri Oxman | TED 2015
좋은 강연입니다. 17분 정도 길이의 강연이고 한글 자막이 있으니 시간 내서 한 번 보면 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아래는 강연 내용에서 중요한 포인트들을 적은 내용입니다.
[TED 2015 강연 내용]
적어도 산업혁명 이후로 디자인 분야는 제조업과 대량 생산의 엄격한 틀에 지배당해 왔습니다. 조립라인은 세상을 부분의 합으로 보도록 만들었습니다. 디자이너와 건축가들의 상상력을 제한시키면서 말이죠. 뚜렷한 기능을 가진 개별적인 부품을 어떻게 조립할 것인가 하는 관점에서 물체를 생각하도록 훈련받았습니다. 하지만 자연에서는 같은 종류로 조립된 물체를 찾을 수 없습니다.

기계와 유기체 사이, 조립과 성장 사이, 헨리 포드와 찰스 다윈 사이의 분할. 이런 두 가지의 세계관, 좌뇌와 우뇌, 분석과 종합이 치열하게 활동합니다. 제 일은 단순하게 보면 이 두 가지 세계관을 통합하는 것입니다. 조립에서 벗어나 성장에 한층 가까워지는 것이죠.
네 가지 분야의 융합으로 디자이너들이 이전까지는 접근할 수 없었던 도구를 사용할 수 있게 된 시기입니다.
컴퓨터 디자인(computational design)은 간단한 코드로 복잡한 형태를 디자인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적층 가공(additive manufacturing)은 재료를 깎아내는 것이 아니라 재료를 첨가하는 것으로 부품을 만들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소재 공학(materials engineering)은 물질의 작용을 고해상도로 디자인할 수 있게 했죠.
합성 생물학(synthetic biology)은 DNA 조작을 통해 새로운 생물학적 기능을 디자인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네 가지 분야의 교차점에서 저와 저희 팀은 일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물체와 제품, 구조, 도구를 다양한 크기에서 디자인합니다. 크게는 언젠가 건물 하나를 통째로 프린트할 바퀴 달린 80피트 직경의 로봇부터 작게는 유전 공학적으로 설계하여 어둠 속에서 빛을 내는 미생물로 만든 나노 크기의 그래픽까지.


최초의 열매 맺는 나무에는 줄기와 가지, 잎사귀, 열매에 대한 구분이 전혀 없었습니다. 나무 전체가 열매였죠. 대신에 땅이 나무껍질과 줄기, 꽃이 있는 나무를 키웠습니다. 땅은 부분으로 이루어진 세상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만약 물체가 하나의 부분으로만 이루어진다면 디자인은 어떻게 될까? 더 나은 상태의 창조로 돌아가게 될까? 저희는 성경에 나오는 열매를 맺는 마구 같은 그런 물질을 발견했습니다. 지구에 두 번째로 많은 생체 고분자는 키틴입니다. 키틴은 매년 1억 톤 정도 새롭게 만들어집니다. 새우나 게, 전갈, 나비 같은 생물들에게서요. 만약 그 성질을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다면, 단일한 부분으로 여러 기능을 수행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으리라고 예상했습니다.
아주 많은 새우 껍질로 키토산 반죽을 만들었고, 화학 물질의 농도를 변화시키면서, 다양한 성질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어둡고 딱딱하며 불투명한 것부터 밝고 부드럽고 투명한 것까지요. 다중 노즐이 달린 로봇 제어 압출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로봇은 그때 그때 물질의 성질을 바꾸면서 하나의 물질로 이루어진 12피트짜리 구조를 만들어 냈습니다. 100% 재활용 가능합니다. 그러면 왜 여전히 플라스틱을 이용해서 디자인할까요? 저희는 새우 껍질로 만들어진 구조물을 나무처럼 작용하는 건축물로 바꿀 수 있었습니다. 생분해되도록 디자인된 물체는 바다에 넣으면 해양 생물체에게 양분이 됩니다. 땅에 심으면 나무를 자라게 하죠.

다음 프로젝트는 우주에서 입을 옷을 만드는 일입니다. 첫 번째는 시아노 박테리아로 바다나 담수호에 서식하죠. 두 번째는 대장균으로 사람의 소화기관에 서식합니다. 하나는 빛을 당으로 전환하고, 다른 하나는 당을 이용하여 구축 환경에 유용한 바이오 연료를 만들어 냅니다. 이 두 가지 미생물은 자연에서는 상호작용하지 않습니다. 만날 일도 없죠. 여기서 이 두 생물이 만나서 의류 속에서 서로 관계를 맺도록 처음으로 설계된 것입니다. 이것을 자연선택에 의한 것이 아니라 디자인에 의한 진화라고 생각해 보세요. 저희가 만든 첫 번째 광합성하는 착용형 시스템으로 착용형 의상 안에서 액체 채널이 생명의 빛으로 빛나고 있습니다.
메리 셸리는 우리가 반쪽만 만들어진 불완전한 존재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디자인이 나머지 절반을 채워줄 수 있다면 어떨까요? 생체를 강화시킬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어떨까요? 개별화된 미생물 군집을 만들어내서 우리의 피부를 탐색하고 손상된 조직을 치료하며 우리 몸을 유지시키도록 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기계의 시대에서 벗어나 공생의 시대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이러한 공생은 우리 몸과 우리에게서 서식하는 미생물들 사이의 공생, 우리가 만들어내는 것들과 나아가 건축물까지를 포함합니다. 저는 이것을 물질 생태학이라 칭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언제나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자연은 자라납니다.
만약 디자인의 최종 목적지가 우리 주변에 있는 제품과 건물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라면 두 물질 사이의 생태학을 형성하는 것이라면 디자이너들은 이 두 가지 세계관을 하나로 합쳐야 합니다. 이것은 물론 우리를 처음으로 되돌려 놓습니다.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으로부터 디자인에 영감을 받은 자연으로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또한 처음으로 우리에게 반대로 자연을 돌보라도 요구하고 있습니다.
최연소로 MIT 미디어 랩의 교수가 된 네리 옥스먼은 과거 이력도 상당히 독특합니다. 모델로 활동한 적도 있고 2018년에는 배우 브래드 피트와 스캔들이 나기도 했었다고 합니다. 매우 매력적인 캐릭터임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이러한 가십도 흥미롭지만, TED 강연을 보면 굉장히 독특한 세계관을 가졌으며 미래지향적인 연구를 하고 있는 멋있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녀의 선구적인 프로젝트로 인해 ICON의 "우리의 미래를 형성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건축가 20명" 목록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네리 옥스먼(Neri Oxman)의 KCC(Kreb's cycle of creativity)
제가 네리 옥스먼을 알게 된 건, KCC라는 모델을 통해서였습니다. KCC는 전통적으로 뚜렷하게 구분되어 왔던 예술, 과학, 공학, 디자인이라는 각각의 분야를 융합하는 모델입니다. 네리 옥스먼은 자신의 어린 시절 경험에 따라 진정한 진보는 분야 간의 중복에서만 발생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KCC는 세포가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 영양소를 대사 하는 주기에서 영감을 받은 도식입니다. 인간은 세포가 그렇듯이, 순환 회로를 통해 예술, 과학, 공학, 디자인을 연결함으로써 지적 에너지의 흐름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크렙스회로 (Krebs cycle)
산소를 이용한 세포 호흡의 두 번째 과정인 TCA 회로(Tricarboxylic acid cycle)를 일컫는 말인데, 1937년 이 회로 구조를 확립한 Hans Adolf Krebs의 이름을 따서 크렙스 회로라고도 합니다. 세포 호흡의 근본적인 대사 회로입니다.
보통 예술은 표현을 위한 것이고, 과학은 탐험을 위한 것이고, 공학은 발명을 위한 것이고, 디자인은 의사소통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KCC에서 과학은 정보를 지식으로 변환합니다. 지식을 창출하기 위해 정보를 수집합니다. 공학은 지식을 유틸리티로 전환합니다. 인간을 위한 유용성을 창출하기 위해 과학적 지식을 이용합니다. 디자인은 유틸리티를 문화적 행동과 맥락으로 전환합니다. 인간의 행동을 효과적으로 변화시키는 물체에 유용성을 구현합니다. 마지막으로 예술은 그 맥락을 취하고 세계에 대한 우리의 인식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예술을 통해 얻어진 새로운 정보는 과학에 다시 연료를 공급할 수 있습니다. 진정한 도전은 예술과 과학의 접점에서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네리 옥스먼은 재료 생태학을 연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연과 휴머니티의 통합
최근 들어 환경 파괴로 인해 자연, 환경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환경 문제는 이제 더 이상 먼 이후의 이야기가 아닌, 당장 우리의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된 문제가 되어버렸습니다.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요? 인간이 만든 인공물과 자연물을 꼭 구분 지어야만 하는 것일까요? 통합의 관점에서 자연과 휴머니티를 바라본다면, 새로운 과학과 기술의 시대가 열릴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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