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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에서의 물리적 거리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원하든 원치 않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회적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간다.
인간관계에서 물리적 거리가 너무 가깝거나 너무 멀면, 그 관계는 오해받을 수 있다.
방금 전에 처음 만난 사람이 내 옆에 밀착해서 대화를 나눈다거나,
꽤 친하다고 생각했던 동료가 갑자기 나와 대화 중에 슬금슬금 뒤로 멀어진다면,
당사자는 당황스러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미국의 유명한 문화인류학자인 에드워드 홀은 사람 간의 물리적 거리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에드워드 홀의 저서 <숨겨진 차원>에 따르면 사회적 관계에 따른 적정한 거리가 분류되어 있다.
- 공공적 거리 (public distance) : 3.6m ~ 7.5m
나와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끼리 유지하는 거리이다. 길을 걸을 때에도 모르는 사람과 3m 이상 떨어진다. 공공장소에서 강연을 할 때 청중과 이 이상의 거리를 두어야 한다. 타인의 얼굴이 나를 향해 돌아지면 즉각 반응을 할 수 있게 되는 거리이다. - 사회적 거리 (social distance) : 1.2m ~ 3.6m
이 거리에서는 서로 어떤 관계를 느끼게 된다. 우리가 어떤 그룹에 속해 있을 때 형성하는 거리이며, 아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적합한 거리이다. 어떤 모임을 할 때는 사람들을 적어도 이 거리 이내로 끌어들여야 한다. 차 안에 있을 때는 모르는 사람이 이 거리 이내로 들어오게 되기 때문에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 - 사적인 거리 (personal distance) : 46cm ~ 1.2m
이 거리는 친구나 가족이 서로 편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거리이다. 모르는 사람과 상담할 때는 1.2m 이상 떨어져야 한다. - 친밀한 거리 (intimate distance) : 46cm 이하
가족이나 애인, 친구 등 친한 관계에서 유지하는 거리이다. 서로 껴안거나 만지거나 속삭일 수 있는 거리이다.
지나치게 과밀화된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이러한 물리적 거리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다.
사무실, 공원, 회의실, 카페와 같은 공간을 설계할 때 '적정 거리'에 대해 참고해보자.
물리적 거리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거리도 있다.
당연하게도 위와 같은 물리적 거리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계에 따라 보이지 않는 심리적 거리도 존재한다.
물리적 거리는 잘 지켜지더라도, 심리적 거리를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에도 스트레스를 받게 될 수 있다.
그다지 친밀하지 않은 관계에서 지나치게 솔직한 발언, 타인의 생각과 행동을 함부로 판단하는 발언 등은 사회적 관계를 악화시키는 주범이다.
만약 본인이 말실수를 자주 하고 그로 인해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편이라면, 상대방과 나의 사회적 관계가 intimate, personal, social, public 중 어느 단계에 속하는지 잘 생각해 보자. 그리고 말을 내뱉기 전에 각 단계별로 어떤 말과 행동을 주고받는 것이 적절한지 숙고하자. 그리고 내가 상대방과 intimate한 관계라고 생각할지라도, 상대방은 나와 동일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자.
물리적 거리가 지켜지지 않는 경우에 취해야 할 행동에 대하여
사회학자 Erving Goffman은 'Civil Inattention'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한국말로 번역하기 까다로워 영문으로만 표기했다.
'Civil Inattention'은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공공 질서를 유지하고 도시에서 익명화된 삶을 설명하기 위해 도입된 용어이다. 도시에서의 공공질서를 위해 필요한 암묵적인 규칙인 것이다. 이는 물리적으로 가까운 곳에 있는 낯선 사람들이 서로에게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서로를 알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양식이다. 공공장소에서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거나 빤히 쳐다보는 대신에 중립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눈에 띄지 않고 평화롭게 사람들을 스캔하는 것을 의미한다. 접근하는 낯선 사람과의 짧은 눈 맞춤을 통해서 사람들은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으면서 더 개인적인 접촉의 가능성을 배제한다.
예를 들어보자면, 엘리베이터라는 좁은 공간에서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두는 대신 엘리베이터 내 거울을 보거나 벽에 붙은 전단지를 읽는다. 엘리베이터에서 다른 사람을 '빤히' 쳐다보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 될 수 있다. 그 시선을 감당하는 사람은 어쩌면 소름이 돋을 수도 있고, "왜 쳐다보냐"라면서 시비가 붙을 수도 있다. 사람들은 '빤히' 다른 사람을 쳐다보는 대신 자신의 관심과 시선을 둘 만한 다른 대상을 찾는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는 같은 엘리베이터 공간에 있는 사람을 '무시'하거나 없는 사람 취급하지는 않는다.
'Civil Inattention'이 삭막하게 들리는가?
밀집되어 있는 공간에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도시는 언제든지 사생활을 침범 당할 수 있는 공간이다.
길거리에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종종 public distance라는 물리적 거리가 잘 지켜지지 않기도 하다.
그럴 때 우리는 'Civil Inattention'을 실천해야 하는 것이다.
실천한다고 하면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우리는 아주 어릴 때부터 가정과 학교에서의 교육/훈육과 사회문화적 분위기라는 것을 통해 'Civil Inattention'을 자연스럽게 학습해왔다. '길거리를 지나갈 때나 엘리베이터와 같은 공간에서 옆사람을 빤히 쳐다보지 않기, 길 가다 넘어진 사람을 보고 조롱하거나 쳐다보지 않기, 인종이 다른 외국인을 신기한 듯이 쳐다보지 않기' 등이 우리가 자연스럽게 문화 속에서 학습한 내용일 것이다.
물론 이것이 지나치면 군중 속에서의 외로움이나 냉담함으로 이어질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암묵적인 규칙이 없을 때 발생할 수 있는 혼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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